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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진정한 천재, 일론 머스크

이지아, 2020년 11월 11일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억만장자이자 천재과학자입니다. 존 파브로 감독이 만화를 영화로 제작하면서 토니 스타크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조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엑스(Space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Elon Musk)입니다. 이제부터 21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이자 괴짜인 일론 머스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일론 머스크(Elon Musk)
1971년 6월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
1989년 캐나다 퀸스 대학교 입학
19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편입
199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박사과정 중퇴
1995년 집투(ZIP2) 회사 창업, 이후 컴팩에 매각
1999년 엑스닷컴 창업, 이후 페이팔(PayPal)로 변경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 (15억 달러)
2002년 스페이스엑스(SpaceX) 설립
2004년 테슬라(Tesla)에 투자
2006년 솔라시티(SolarCity)에 투자
2007년 테슬라 CEO 취임
2008년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모델
2013년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 제안
2015년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Open AI) 설립
2016년 뉴럴링크(Neuralink) 설립
2016년 더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 설립

어린 시절

일론 머스크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특히 무언가에 꽂혀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집중력이 어마어마해 주변에서 말을 걸어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머스크는 어김없이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엄마는 밥을 먹으라고 했고, 자기 생각에 집중한 나머지 머스크는 엄마의 말을 듣지도, 심지어는 엄마가 와서 그의 팔을 건드렸을 때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의 부모는 자식이 귀머거리가 아닐까 걱정돼 병원에 데려갔지만, 돌아온 의사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귀에는 문제가 없지만, 뇌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검사를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그를 보며 의사는 자폐증을 의심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머스크는 문제없이 학교에 진학했고, 우수한 성적을 받곤 했습니다.

미국 유학

집투(Zip2) 로고집투(Zip2) 로고청소년 시기를 지난 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아프리카 대륙은 너무 좁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인 미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한 그는 먼저 캐나다 시민권자였던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로 향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위치한 퀸스 대학교에 입학해 2년간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편입하여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1995년 물리학 박사를 취득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대학인 스탠퍼드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이틀 만에 자신이 학교에서 더 배울 게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머스크도 여느 천재들과 다름없이 대학을 자퇴하고 ‘인터넷’과 ‘청정에너지’, 그리고 ‘우주’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작 24세의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그의 손에서 탄생한 회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였습니다. 집투는 뉴욕타임스 등 신문 출판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4년 만인 1999년 머스크는 집투를 2,200만 달러(약 265억 원)에 매각하며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일론 머스크젊은 시절의 일론 머스크 엑스닷컴 카드와 일론 머스크엑스닷컴 카드와 일론 머스크

페이팔(PayPal) 창업

페이팔(PayPal) 로고페이팔(PayPal) 로고그때 거둬들인 자금으로 머스크는 미국 최대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전신인 엑스닷컴(X.COM)을 설립했고, 경쟁사인 콘피니티(Confinity)와 합병한 이후 사명을 페이팔로 바꿔 회사를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페이팔의 성장 가능성을 본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eBay)는 2002년 페이팔을 무려 15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인수했고, 당시 약 11%의 페이팔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머스크는 약 1.7억 달러(약 2,000억 원)에 이르는 자본을 소유한 청년 연쇄 사업가로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스페이스엑스(SpaceX) 창업

일론 머스크의 초창기 아이디어: 화성 오아시스일론 머스크의 초창기 아이디어: 화성 오아시스

만약 당신이 2천억 원을 손에 쥐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일반 사람이라면 일을 하지 않고 놀 생각을 하겠지만,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가서 놀 생각을 했습니다. 물 부족, 환경 문제 등으로 인류가 지구에서 평생 살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한 그는 화성에 사람들을 이민시키는 원대한 화성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그의 아이디어는 수분 보급용 젤에 작은 식물들을 채운 작은 온실을 만들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이를 화성에 보내는 화성 오아시스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머스크는 직접 로켓을 만들어 화성으로 발사하기 위해 스페이스엑스(Space X)를 설립했습니다. 보통 우주 비행에 드는 비용 중 대부분은 로켓 발사 이후 수거 과정에서 폐기되는 로켓의 제작비인데, 이 비용을 절약하고자 머스크는 온전한 형태로 회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로켓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페이스엑스 유인우주선 발사 모습스페이스엑스 유인우주선 발사 모습

한편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던 중 공중분해 되면서 7명이 비행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를 계기로 나사(NASA)는 민간 기업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대한 접근을 함께하게 되는데, 이때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나사와 손을 잡게 됩니다. 당시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미국의 국가적인 관심은 식을 대로 식은 상태였습니다. 2011년 자체 우주탐사 프로그램을 폐지한 이후에는 우주와 관련된 임무 수행을 위해 러시아의 힘을 빌려야 했는데, 이때마다 미국이 러시아에 지출한 금액은 한 좌석당 1회에 평균 15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리고 9년 만인 2020년 5월 30일, 마침내 미국은 자국의 우주선에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태운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게 됩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 것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였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이 발사되었고, 6분 후 우주비행사들은 안전하게 궤도에 진입했으며, 다음날 국제우주정거장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지금껏 유인우주선을 띄운 국가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3개국뿐이며,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사례는 스페이스엑스가 처음입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화성으로의 이주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테슬라(Tesla)

테슬라 모델3테슬라 모델3

일론 머스크의 대표 수식어는 바로 전기자동차 개발업체 테슬라(Tesla)입니다. 상당수의 사람이 머스크를 테슬라의 설립자로 알고 있는데, 테슬라의 설립자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머스크는 이미 설립된 테슬라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여 창업자의 지위를 인정받은 경우입니다. 2003년 테슬라를 처음 설립한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와 마크 타페닝(Marc Tarpenning)은 머스크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나와야만 했습니다. 2004년 2월 마틴은 벤처캐피탈 업계에 발이 넓은 머스크를 통해 투자자를 소개받을 요량으로 스페이스엑스의 본사에 찾아갑니다. 마틴으로부터 테슬라의 기술과 로드맵 이야기를 들은 머스크는 투자자 소개는 물론이고 자신이 직접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며 회장 지위를 요구합니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꿈으로만 가득했던 마틴은 머스크의 요구를 거절할 필요가 없었죠. 페이팔의 성공과 스페이스엑스로 이미 유명한 머스크의 합류가 테슬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의 합류 이후 테슬라는 주목을 받기 시작해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기자동차에 대한 비전과 기술적 견해에 있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마틴은 현실적인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는 선에서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싶었던 반면, 머스크는 그 자체로 완벽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여 시장에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결국 제품 출시일은 계속해서 연기됐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당시 테슬라의 CEO였던 마틴에게 돌아가 투자자로부터 끊임없는 추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마틴은 회사를 설립했지만, 회장이자 유일한 대주주인 머스크와 맞서기에는 힘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2007년 그는 CEO 자리를 내놓았고 이사회에서 축출당했습니다. 이듬해 마틴과 함께 전기자동차라는 꿈을 꾸며 테슬라를 함께 설립한 마크 또한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전기자동차로 이동하며 머스크의 테슬라는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10년여 만인 2020년 6월 시가총액 1위의 자동차 업체에 등극했습니다.

솔라시티(SolarCity)

솔라시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SolarCity솔라시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SolarCity

많은 사람들이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회사로 잘못 알고 있는 건 테슬라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내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 태양광 발전 기업 솔라시티(SolarCity)도 그러한데요. 솔라시티는 2006년 머스크의 친척 린든 리브(Lyndon Rive)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CEO 자리에는 그의 친척 린든 리브가, 일론 머스크는 이사회 회장으로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솔라시티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사업 아이디어 제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은 머스크입니다. 머스크가 솔라시티를 인수한 이유는 그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 인류의 화성 이주에 있어서 에너지원 확보에 대한 문제를 태양광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광을 이용해 다량의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면 화성에서 에너지 확보에 대한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솔라시티는 고객들에게 태양열 발전 설비를 장기로 대여해주고 그 설비에 대한 대여비용과 생산하는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주택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전기 비용을 거의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됨에도 불구하고, 초기 설치비용이 높아 일반적인 가정은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꺼려합니다. 머스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태양광 대여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가정의 한 달 전기료는 11만원이지만,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한 달 전기료를 약 8만 원 정도 줄여서 3만 원만 내면 됩니다. 이에 솔라시티의 대여비 5만원을 포함하더라도 총 3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이죠. ‘고작 3만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머스크가 제시한 사업 아이디어의 핵심은 장기대여입니다. 솔라시티는 태양광 발전기 임대료를 전력회사보다 싸게 책정하고, 20년간 올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매월 전기요금을 받기로 고객과 계약합니다. 자동차를 36개월 할부로 판매해 상대적으로 부담을 줄인 것처럼 태양광 발전 장치도 장장 240개월 할부로 제공하도록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죠. 당장 큰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240개월 동안 3만원씩을 절약해 720만원을 아낄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빅딜 아닐까요?

하이퍼루프(hyperloop) 제안

하이퍼루프를 제시한 일론 머스크의 SNS 캡처하이퍼루프를 제시한 일론 머스크의 SNS 캡처

2013년, 일론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고속철도 사업이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실망하여 화를 냈습니다. 그는 ‘어떻게 첨단 과학기술과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 느리고 비싼 재래식 고속전철 따위나 건설하느냐’며 ‘21세기에 비행기보다 느린 걸 왜 타야 하는가’라고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다운 상상력을 모아 지금까지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빠르고 효율적인 최첨단의 교통수단을 새롭게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그는 테슬라 블로그를 통해 미국 서부 도시를 연결하는 차세대 이동수단, 하이퍼루프(hyperloop)에 대한 58페이지에 달하는 아이디어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실현 가능한 설계와 구현 방법까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솔라시티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업까지 추진할 시간이 없어, 하이퍼루프에 대해 여러 제조사들이 함께 뛰어들어 실현해 주기를 바란다며 관련 내용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한 것이죠.

하이퍼루프를 제시한 일론 머스크의 SNS 캡처하이퍼루프를 제시한 일론 머스크의 SNS 캡처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는 기존의 열차처럼 생기긴 했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진공에 가까운 튜브에서 차량을 살짝 띄워 공기 저항과 마찰 저항을 줄여 차량을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동보다는 쏘아 보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하이퍼루프의 최대 장점은 속도와 비용입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80km로, 이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 구간을 불과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기존의 열차는 물론, 비행기보다도 빠른 속도죠. 머스크는 이 두 도시를 연결하는 하이퍼루프를 건설하는 데 총 60~1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두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짓는 데 들 것으로 예상하는 1천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게다가 요금 또한 매우 저렴한 금액인 20~30달러 내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하이퍼루프가 달리게 될 튜브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마련하는 데다 큰 동력이 필요하지 않아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비록 상업 투자사를 지향하지는 않지만, 경쟁 공모를 주최하여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하이퍼루프원(Hyperloop One), 캐나다의 트랜스포드(TransPod) 등의 상업 투자사들이 하이퍼루프를 상업화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부 또한 하이퍼루프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주관하여 해당 분야에 대한 증대되는 관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철도기술연구원(KRRI)이 서울과 부산을 20분 만에 주파하는 하이퍼튜브(Hyper-Tube)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 정부에 대한 머스크의 불평의 산물, 하이퍼루프가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인공지능 : 오픈AI와 뉴럴링크(Neuralink)

손만 댔다 하면 줄줄이 성공시키는 일론 머스크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은 있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그는 대표적인 인공지능 종말론자 중 한 명입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미국 정부에 인공지능이 너무 발전하기 전에 사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죠.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토록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머스크 그 자신이 인공지능의 큰 수혜자라는 것입니다. 그를 거물로 만들어 준 테슬라는 생산하는 전기자동차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을 탑재하였고, 결과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CEO로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며 잠재력에 실존적인 위협을 느낀 머스크는 그 발전을 경계하면서 부작용에 대비하고자 2015년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업인 오픈AI(Open AI)를 설립했습니다. 인공지능 종말론자가 만든 인공지능 연구소라고 하니 자칫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그의 설립 목적은 단 하나, 인공지능을 오픈소스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회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독점하고, 그 개발 방향을 외부에서 결정할 수 없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뉴럴링크가 공개한 뇌에 칩을 이식하는 과정뉴럴링크가 공개한 뇌에 칩을 이식하는 과정

오픈 AI 외에도 머스크는 또 다른 인공지능 회사를 잇달아 창업하며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인공지능의 노예가 될 것이고, 인류는 이에 대비해 인공지능보다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고 믿는 그는 2016년,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했습니다. 뉴럴링크의 목적은 인간의 뇌를 인공지능 수준으로 끌어올려 정보처리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두뇌 인터페이스를 통해 뇌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강화된 인간의 두뇌가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뉴럴링크가 공개한 뇌파 분석을 통한 돼지의 움직임 예측 과정뉴럴링크가 공개한 뇌파 분석을 통한 돼지의 움직임 예측 과정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뉴럴링크가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돼지 거트루드(Gertrude)를 공개하며 현실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습니다. 2020년 8월 뉴럴링크가 공개한 영상 속에 등장하는 거트루드는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고 2개월간 생활한 돼지입니다. 거트루드가 냄새를 맡으며 킁킁거릴 때마다 코에서 뇌로 전달된 신호를 칩이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돼지에 테스트하고 있고, 그 이식 과정도 절대 간단치 않지만 이미 뉴럴링크는 인간에게 섬유 전극을 심기 위한 수술용 로봇도 개발한 상태입니다. 인공지능과 인류의 공생을 꿈꾸며 인간을 컴퓨터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구상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더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

시뮬레이션 영상 캡처시뮬레이션 영상 캡처

2016년 12월 17일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깁니다. “교통 체증이 나를 미치게 해. 나는 터널 보링 머신을 만들 거야. 그리고 파기 시작하지...” 전기자동차를 대중화시킨 테슬라의 대표이자 나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스페이스엑스의 설립자인 머스크에게 시간은 금과도 같았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극악한 교통체증 속에서 지루함을 느낀 그는 어느 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땅속에 터널을 파고 지하 도로를 뚫어 이동하는 것이죠. 괴짜 머스크는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지루하다’라는 의미와 ‘땅을 뚫다’라는 중의적인 표현은 보링(boring)을 붙여 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를 설립하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스페이스엑스 본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LA공항까지 연결하는 3.2km의 터널을 뚫기 시작했습니다.

보링컴퍼니 지하터널 지도(예상)보링컴퍼니 지하터널 지도(예상)

머스크의 계획은 이러합니다. 먼저 지상의 도로 갓길에 지하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자동차를 지하도로로 이동시킵니다. 자동차는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전기썰매 위에서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게 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기썰매 위에서 옮겨지게 되는 것이죠. 이때 운전자는 차량을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차 안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 데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코웃음 칠 수 있지만, 머스크의 터널 프로젝트는 이미 차세대 교통수단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18년 6월, 다운타운 시카고와 오헤어 국제공항을 잇는 터널 착공의 승인을 받았고, 워싱턴 DC와 뉴욕시를 연결하는 터널 착공 계획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승인까지 받아낸 바 있는데요. 또한 LA 시장 에릭 가세티는 터널 프로젝트가 교통체증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며 LA를 실험 장소로 마음껏 사용하라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일론 머스크의 괴짜 같은 행보는 공간에 제약 없는 교통수단으로의 혁신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지상에서는 테슬라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벗어나 전기자동차로의 이행을 추진함으로써 자동차 업계를 혁신하고, 하늘에서는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해 국가 주도의 우주선 개발을 민간으로 끌어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으며, 이제는 보링컴퍼니를 통해 더 안전하고, 장거리 이동에 대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보통 세기의 천재를 떠올리면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늘을 나는 택시가 개발되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천재는 일론 머스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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